[포토]홈런 타구 학인하는 LG 이형종
LG 이형종이 2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0 KBO리그 KT와 LG의 경기 5회초 무사 KT 전유수를 상대로 솔로 홈런을 치고 타구를 확인하고 있다. 이형종의 시즌 17호 홈런. 2020. 10. 20. 수원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시즌 중에는 말할 수 없었죠. 지금은 회복도 많이 됐고 결국에는 제가 극복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희망과 아쉬움이 공존한 시즌이었다. 절정의 컨디션에서 개막전을 바라봤다가 불의의 부상으로 두 달 넘게 결장했다. 복귀 후 아쉬움을 털어내듯 맹타를 휘두르며 커리어하이를 달성했지만 아쉬움 속에서 시즌을 마무리했다. LG 외야수 이형종(31)이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돌아봤다.

그야말로 큰 일을 낼 기세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개막이 연기되지 않았다면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시즌을 보낼 것 같았다. 늘 시즌 초반에 강했던 이형종이지만 이번에는 타구질 자체가 달랐다. 청백전과 평가전에서 꾸준히 장타를 터뜨리면서 팀내 최고 우타자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개막전을 눈앞에 두고 악몽이 찾아왔다. 5월 1일 두산과 평가전에서 상대 투수 공에 왼쪽 손등을 맞았고 골절상을 당했다.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된 것은 물론 복귀까지 9주 이상이 필요했다. 7월 10일 복귀전부터 떨어졌던 타격감을 끌어올려 결과적으로 17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915로 개인 최고 시즌을 보냈으나 81경기, 323타석 소화에 그치고 말았다.

이형종은 지난 1일 스포츠서울과 전화통화에서 “처음과 끝이 아쉬운 한 해였다”고 2020년을 정리했다. 이어 그는 “일단 다친 게 너무 아쉬웠다. 신체적인 고통보다 복귀 후 정신적인 고통이 컸다. 시즌 중에는 말할 수 없었는데 우투수 상대로 트라우마가 생겼다. 복귀 후 40, 50경기까지는 오버핸드 우투수가 나올 때마다 움찔했다. 원래 우투수 상대로 그렇게 약하지 않았는데 올해 유독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이형종은 우투수 상대 OPS 0.793, 좌투수 상대 OPS 0.815를 기록했다. 사이드암 투수 상대로는 OPS 0.755로 우투수보다는 사이드암 투수 상대로 고전했다. 올해는 완전히 달라졌다. 우투수에 맞서 OPS 0.817, 좌투수 상대로는 OPS 1.196, 그리고 사이드암 투수에게 OPS 0.916을 올렸다.

그는 “오른손 투수가 던지는 슬라이더나 커브에 나도 모르게 몸이 빠졌다. 맞을 것 같아서 움추렸는데 공이 제대로 꺾여 스트라이크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리그에 오른손 투수가 가장 많지 않나. 당시에는 어떻게든 표출을 안하려고 했는데 오른손 투수만 계속 만날 때는 환장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덧붙여 “복귀 당시 완치된 상태가 아니었다. 완전히 뼈가 붙으려면 6, 7개월 걸린다고 하더라. 타격할 때마다 손도 울렸다. 병원에서 또 손등에 공을 맞으면 더 큰 부상을 당한다더라. 어떻게든 부상은 피해야 했다”고 밝혔다.

[포토]LG 이형종, 멀티 홈런으로 KT전 4타점
LG 이형종이 27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0 KBO리그 KT와 LG의 경기 6회초 무사 KT 투수 하준호를 상대로 솔로 홈런을 치고 있다. 2회에 이어 멀티 홈런으로 이형종은 6회까지 팀의 4득점을 모두 만들어냈다. 2020. 9. 27. 수원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그렇다고 경기에 나서지 않을 수는 없었다. 일단 되는 것만 바라봤다. 왼손투수나 사이드암투수와 만날 때 더 집중하면서 타격감을 찾았다. 8월과 9월 이형종은 42경기에서 타율 0.338 11홈런 31타점 OPS 1.073으로 펄펄 날았다. 우투수 트라우마도 조금씩 사라졌다. 그는 “결과가 나오다보니 조금씩 극복이 되더라. 그래도 시즌 막판까지 잔상 같은 게 남아있었다”며 “지금은 회복이 많이 됐다. 결국에는 내가 극복해야하는 문제다. 내년에는 확실히 잔상을 떨쳐버리겠다”고 다짐했다.

이미 마음은 2021시즌이다. 조만간 이형종은 큰 도움을 받은 이병규, 임훈 타격코치와 차기시즌 방향을 논의할 생각이다. 그는 “타자 전향 후 스윙을 크게 한 적도 있고 짧게 한 적도 있다. 올해는 장타에 포커스를 맞췄는데 타자로서 구력과 나이 같은 것도 이제는 고민을 해야한다”며 “이병규 코치님과 임훈 코치님이 방향을 잘 잡아주신다. 올해 우리 타자들 장타력이 좋아진 것도 두 코치님 덕이다. 두려움 없이, 부담 없이 타석에 서게 해주셨고 결과로 나왔다. 곧 두 코치님과 만나서 이듬해 어떻게 준비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포토] 이형종, 13회 좌중간 2루타
2020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1차전이 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이형종이 13회말 좌중간 2루타를 친 후 환호하고 있다. 2020. 11. 2.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마지막으로 그는 정규시즌 막판 추락에 대한 안타까움도 잊지 않을 것을 강조했다. 이형종은 “지금도 정규시즌 마지막 두 경기가 아쉽다. 2위에서 4위로 내려가면서 다들 가라앉은 상태로 포스트시즌에 임했던 것 같다”며 “지난해 이맘 때 동료들끼리 올해 정말 잘해보자고 얘기를 많이 했다. 동료들 모두 말은 안해도 가슴 속에 올해 못한 것을 되갚아야한다는 다짐이 있을 것이다. 올시즌 홈런이나 장타율이 내게는 희망이 됐다. 하지만 시즌을 다 소화해야 내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듬해 풀타임 소화를 목표로 다시 달려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bng7@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