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광주=김동영 기자] 무려 4789일 만이다. 홈런 세 방 허용.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7·한화)이 호랑이 발톱에 애를 단단히 먹었다. KIA 타선이 뜨겁고 또 뜨거웠다.

류현진은 23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24 KBO리그 한화와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8안타(3홈런) 2볼넷 5삼진 5실점을 기록했다.

5-5에서 내려와 승패는 없었다. 타선이 2~3회 5점을 뽑아줬다. 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점이 뼈아프다. 무려 홈런 세 방을 맞았다.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안 좋은 의미로 기록적인 날이 됐다.

초반은 좋았다. 2회까지 특유의 제구를 앞세워 KIA 타선을 제어했다. 2연속 삼자범퇴. 3회말 들어 1사 1,3루 위기에 몰렸다. 그러자 구속을 끌어올렸다. 전광판 기준 시속 151㎞까지 던졌다. 박찬호-소크라테스를 범타 처리하며 이닝을 끝냈다.

4회 주춤했다. 김도영에게 좌중월 솔로포, 최형우에게 좌월 솔로포를 맞았다. 백투백 홈런. 2012년 6월24일 대전 두산전에서 윤석민-김현수에게 맞은 후 4382일 만이다. 이후 만루 위기가 계속됐으나 추가 실점까지는 막았다.

5회 다시 홈런을 줬다. 소크라테스에게 볼넷, 김도영에게 안타를 줘 1,2루가 됐다. 최형우는 삼진으로 잡았다. 나성범을 넘지 못했다. 카운트 1-1에서 3구째 시속 145㎞ 속구를 뿌렸는데 가운데 살짝 몰렸다.

나성범이 배트를 힘차게 돌렸다. 발사각이 살짝 낮은 듯했으나 타구가 살아서 날아갔다. 결과는 좌측 담장을 넘기는 스리런포. 밀어서 넘긴 대포다. 순식간에 5-5 동점이 됐다.

류현진이 한 경기 3홈런 허용은 2011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11년 5월14일 대전 삼성전이다. 당시 1회초 배영섭과 최형우, 8회초 진갑용에게 맞았다. 이후 4789일이 흘러 다시 3홈런 허용 경기다.

결국 KIA 타선이 괴물을 잡은 셈이다. 최근 페이스가 좋다. 1번 박찬호-2번 소크라테스 조합에 김도영-최형우-나성범 중심타선으로 고정했다. 특히 2번 소크라테스가 ‘신의 한 수’다. 타선 전체 밸런스가 ‘확’ 올라왔다.

김도영은 이날 류현진을 상대로 시즌 20번째 대포를 쐈다. 카운트 1-1에서 3구째 체인지업을 걷어 올렸다. 비거리 130m짜리 대형 홈런이다. 동시에 전반기 20-20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역대로 박재홍 해설위원(현대, 1996·2000년)과 삼성 이병규 수석코치(LG, 1999년), 에릭 테임즈(NC, 2015년)만 달성한 기록이다. 김도영이 뒤를 이었다. 역대 달성자 가운데 역대 가장 어린 나이로 작성했다.

최형우는 13년 전에 이어 이번에도 ‘류현진 상대 3홈런’의 한 축을 맡았다. 오랜 세월이 흘렀다. 당시 삼성 소속이었고, 지금은 KIA 선수다. 그것만 다를 뿐 최형우의 방망이는 여전히 쌩쌩하다. 7회말에는 5-6에서 6-6을 만드는 적시타도 때렸다.

나성범도 날았다. 류현진을 주저앉게 만든 동점 스리런 아치. 6월 중순까지 극도의 부진에 빠져 있었다. 힘든 시간을 지나 최근 살아났다. 이날까지 5경기 연속 안타 행진에, 4경기 연속 장타도 뿜어냈다.

홈런은 두 경기만이다. 류현진 상대 대포. 이후 7회말에는 재역전 2타점 2루타까지 쳤다. 한 경기 2장타다. 지난달 28일 NC전(2루타 1개, 홈런 1개) 이후 26일 만이다. “이제 올라왔다. 유지할 것이라 본다”는 이범호 감독의 말 그대로다.

초반 잇달아 실점하며 끌려갔다. 선발 황동하도 4이닝 5실점 후 내려갔다. 그대로 밀리는 듯했다. 방망이가 있었다. 3~5번이 모두 홈런을 터뜨렸다. 류현진이 전혀 무섭지 않았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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