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운동하는 것도, 먹는 것도 많이 바꿨습니다.”

단순히 다짐에 그치지 않았다. 선발에 맞게 많은 데에 변화를 줬다.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은 물론 투구 패턴도 달라졌다. 그리고 더할 나위 없는 결과를 만들고 있다. 초보 선발이지만 6월에는 최고 투수 반열에 올랐다. 삼성 좌투수 이승현(22) 얘기다.

작년까지는 단 한 번도 1군에서 선발 등판하지 않았다. 그런데 겨울부터 남다르게 보냈고 올해 선발이 자신에게 맞는 옷임을 증명하고 있다. 한겨울 호주 리그 소화부터 스프링캠프 그리고 개막 로테이션 합류까지 쉴 틈 없이 시즌을 준비했다.

전반기 종료를 앞둔 시점에서 성적은 12경기 62.2이닝 6승 3패 평균자책점 3.16. 27일 잠실 LG전 포함 6월에 치른 5경기에서는 3승을 거두며 평균자책점 1.29. 특급 활약이다. 6월 20이닝 이상을 소화한 투수 중 평균자책점 1위로 6월 MVP도 가능하다.

그러면서 천적 관계를 청산했다. 중간 투수로 나선 지난해까지 LG전 평균자책점이 9.18에 달했다. 피안타율 0.333으로 LG에 유독 고전했다. 그런데 선발로 전환한 올해 두 차례 LG와 만나 11이닝 무실점. 27일 6이닝 무실점으로 팀의 싹쓸이 패배를 막는 선발승을 올렸다.

경기 후 이승현은 “불펜에 있을 때는 LG 상대로 정말 안 좋았다. LG에 정말 많이 맞았다. 그런데 선발로 바꾸고 나서 점수를 안 주게 된다. 순위 경쟁을 하고 있는데 결과가 잘 나와서 더 좋은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감량부터 많이 했다. 이승현은 “선발로 가기로 하면서 운동하는 것, 먹는 것을 많이 바꿨다. 선발 투수니까 운동도 날짜 별로 다르게 하고 있다”며 “선발을 하니 멘탈적으로도 달라지더라. 잘 던진 날에는 다음 선발 등판이 천천히 오는 것 같고 여유가 있다. 못 던지면 다음 등판이 굉장히 빨리 오는 것 같다”고 밝혔다.

덧붙여 “사실 감량을 이 정도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운동하고 경기 나가다 보니 계속 살이 빠진다. 그래서 요즘에는 탄수화물도 많이 먹고 있다”며 “최대한 밥을 먹으려 한다. 밥심으로 버틴다”고 말했다.

투구 내용에 대한 공은 주위에 돌렸다. 이승현은 “(강)민호 선배님과 잘 맞는다. 선발은 이닝이 길다 보니 계속 투구 내용이 바뀐다. 같은 구종이라도 공이 움직이는 게 달라질 수 있는데 이 부분을 민호 선배가 잘 잡아 주신다”며 “호주에 함께 갔던 박희수 코치님, 캠프부터 신경 써주신 정민태 코치님도 정말 감사드린다. 코치님들이 도와주셔서 이렇게 꾸준히 로테이션을 돌고 있다”고 했다.

기대 이상의 전반기를 보내고 있으나 특별한 목표는 없다. 숫자보다는 완주를 바라본다. 이승현은 “개인 목표는 세우지 않았다. 그냥 끝까지 로테이션을 꾸준히 돌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라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이승현은 ‘6월 MVP를 생각하나?’는 질문에 “모르겠다. 받으면 물론 좋겠지만 내가 판단할 부분이 아니다”고 답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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