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지난 11월 13일 잠실구장의 환희가 시상식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강추위를 뜨겁게 녹인 당시의 모습을 재현하며 이번에도 트로피를 힘차게 들어 올렸다. 29년 염원을 이룬 LG가 최다 수상팀이 됐다.

LG는 30일 서울 엘리에나 호텔 임페리얼홀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시상식에서 5개 부문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코치상을 수상한 이호준 타격 코치를 시작으로 수비상의 박해민, 프런트상의 차명석 단장이 단상에 올랐다. 이 코치가 개인 사정으로 불참하면서 차 단장이 이 코치를 대신해 트로피를 받았다. 이후 성취상의 신민재, 감독상의 염경엽 감독이 2023년 통합우승의 기쁨과 소감을 전했다.

그만큼 강렬했던 LG의 2023년이었다. 타자들의 방망이부터 그랬다. 팀 타율 0.279 팀 OPS 0.755로 두 부문에서 모두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타격 지표 상위권에 오르며 타격의 팀으로 올라서기 시작했고, 올해 정점을 찍었다. 염 감독과 이 코치의 타격 지론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룬 결과였다.

이 코치는 지난 2월 미국 애리조나 캠프부터 “감독님과 타격 이론이 90% 이상 맞는다. 감독님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기본기를 강조하며 적극적인 타격을 선수들에게 주문한다. 아마 올해 우리 타자들이 더 시원하고 화끈한 야구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그 결과 1번부터 9번까지 쉴 틈 없는 지뢰밭 타선을 완성했다. 교타자와 장타자가 조화를 이루며 초구부터 과감한 타격, 볼카운트 3-0에서도 스트라이크를 놓치지 않는 적극성을 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시리즈(KS) 2, 3차전 역전승을 이뤘고 2차전부터 4연승으로 정상에 올랐다. KS 5경기 팀 타율이 0.331. 홈런은 8개에 달했다.

단순히 잘 치기만 하는 팀이 아니다. 수비 또한 단단했다. KS 5차전 박해민의 좌중간을 가르는 타구를 잡은 다이빙 캐치는 역사에 남을 호수비였다. 모두가 KT의 추격을 예상한 순간 중견수 박해민이 날아올라 김민혁의 타구를 잡았다. 포구 후 박해민은 승리를 확신하는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쳤다. 국가대표 중견수의 최고 수비가 최고 무대 결정적인 순간에 나왔다.

박해민은 “LG에 온 지 2년이 됐지만 LG 팬들의 기다림은 29년이었다. 팬들의 한을 푸는데 함께 한 우승 멤버가 돼 영광”이라며 “수비는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존재다. 타격이 약한 선수라는 꼬리표가 있었는데 단점을 메우고자 수비를 포기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으며 프로 유니폼도 입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수비상이 내게 큰 의미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선수단의 뜨거운 활약 뒤에는 프런트 오피스의 치열한 고민과 결단이 있었다. 2019년부터 부지런히 뎁스 강화를 꾀했고 그 결과 늘 승리하는 팀이 됐다. 차명석 단장이 부임한 5년 동안 LG는 10구단 최다 403승, 승률 0.578로 최고 승률을 기록했다. 항상 새 얼굴이 도약하는 팀, 국가대표 단골팀이 되면서 1994년 이후 무관의 한도 풀었다.

차 단장은 “일 많이 시키는 단장 만나서 고생하는 프런트 직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우리 프런트 직원들 모두의 노고를 기억하겠다”며 “우승 방점을 찍으신 염경엽 감독님과 올해부터 한배를 탔다. 오랫동안 (우승) 많이 해 먹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신민재는 2023년 LG를 대표하는 새 얼굴이다. 작년 1군 등록 기간이 한 달도 되지 않았던 대주자 전문선수가 주전 2루수로 도약했다. 프로 입단 8년차 베테랑이 공수주에서 두루 활약하며 인생 역전을 이뤘다. KS 5차전 우승을 확정 짓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도 신민재로 인해 완성됐다.

신민재는 “솔직히 아직은 우승도, 내가 이렇게 상을 받았다는 것도 실감이 안 난다. 뭔가 현실적이지 않은 느낌”이라며 “나를 믿어주시고 기용해준 감독님께 가장 감사드린다. 감독님께서 믿어주셔서 여유가 생겼고 결과도 좋았다”고 염 감독을 향해 고마움을 전했다.

선수단을 이끄는 염 감독 또한 영화 같은 스토리를 완성했다. 2011년 겨울 암흑기의 주범이라는 오해를 받고 팀을 떠났던 LG 염경엽 수비 코치가 사령탑으로 돌아와 많은 이들의 소원을 이뤘다. 작년 11월 부임 후 당당히 우승을 외쳤고 막강 전력을 200% 활용해 정상에 올랐다.

페넌트레이스 종료 2주를 앞두고 일찍이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 지었고 치밀하게 KS를 준비해 해피엔딩을 선물했다. 시즌 전적 86승 56패 2무. KS 전적 4승 1패. 총 44번의 역전승으로 어느 때보다 짜릿하고 화려한 LG의 2023년이었다.

염 감독은 “스포츠서울 시상식에 오늘까지 10번을 참여했다. 이전에 상을 받는 감독님들을 보면서 ‘나는 언제 상을 받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고 의미 있게 10번째에 이 상을 받게 됐다”며 “올해 우승을 하는 과정에서 나를 감독으로 한단계 성장시켜준 코칭스태프, 선수들, 우리 프런트 직원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다음 목표는 2연패다. 염 감독은 차 단장의 “오랫동안 (우승) 많이 해 먹고 싶다”는 얘기처럼 “올해 결과가 내년 우리 팀에 큰 힘을 만들어주고 자신감을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우리 선수들이 멘탈적으로 더 강해질 것이다. 더 확률 높은 야구, 더 안정적인 야구를 하겠다. 올해가 왕조로 가는 시작점”이라고 새로운 황금기를 예고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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