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잔인한 5월이다. 지난 10년 동안 감독 세 명이 5월에 해임되거나 사퇴했다. 더불어 10년 동안 누구도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했다. 감독 공동묘지로 전락한 한화 얘기다.

선임은 다채로웠다. 한국시리즈 3회 우승 베테랑 감독부터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감독. 마이너리그 유망주 육성 전문가로 평가받은 외국인 감독. 2군 사령탑을 맡으며 일찍이 팀을 파악한 감독까지 외부 시선 혹은 팀 상황에 맞춰 부지런히 변화는 줬다.

그런데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한화 입성만으로도 큰 화제가 됐던 김성근 감독은 2017년 5월23일. 외국인 코치들과 사단을 이루며 한화 유니폼을 입은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2023년 5월11일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2020년부터 3년 넘게 2군 감독을 맡은 최원호 감독 또한 지난 27일 자진 사퇴로 팀을 떠났다.

2018년 11년 만의 팀을 가을야구 무대로 올린 한용덕 감독과 이별한 시점도 2020년 6월7일. 2020시즌이 코로나19로 인해 5월5일 개막한 것을 돌아보면 시점상 5월에 가깝다. 팬들은 무한한 애정을 한화에 쏟아붓지만 긴 시간 동안 어느 감독도 이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했다. 2015년부터 지난 27일까지 1347경기에서 550승29무768패 승률 0.417. 10구단 체제 승률 최하위 한화다.

즉 단순히 감독 문제로 볼 수는 없다. 다양한 유형의 감독을 데려왔으나 결과는 비슷했고 약점도 똑같았다. 유망주 육성 실패에 따른 얇은 선수층, 프리에이전트(FA) 영입 엇박자 등을 반복한다. 강한 프런트가 강한 뎁스를 만드는데 한화는 지난 10년 동안 한 번도 풍족한 선수층을 갖춘 적이 없다.

2차 드래프트만 봐도 그렇다. 한화는 늘 가장 적은 선수가 지명받는다. 보호선수 명단 밖에는 다른 팀이 탐낼 만한 선수가 거의 없다.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은 한화 선수는 베테랑 내야수 오선진 한 명뿐이었다. 총 6번의 2차 드래프트에서 8명 지명. 가장 많은 선수가 지명된 두산의 25명과 세 배가량 차이 난다.

마케팅 또한 엇박자다. 올시즌을 앞두고 진행한 출정식에서 ‘달라진 우리’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리빌딩은 끝났다’며 그 어느 때보다 당차게 새 시즌 출발선에 섰다. 그런데 처음 세운 계획은 신구장 시대가 열리는 2025년부터 진격이었다. 2년 연속 FA 대어 영입과 류현진 복귀로 예상보다 빠르게 전력이 향상됐지만 이를 거창하게 외부에 알려야 했는지 물음표가 붙는다.

반복된 자기 객관화 실패로 고개를 떨구고, 떨군 고개를 새 감독 영입으로 세우려 한다. 하지만 감독은 마법을 부리는 마술사가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사령탑도 무에서 유를 창출할 수는 없다. 또 다른 누군가가 한화 지휘봉을 잡겠지만 그 또한 고난길과 마주할 확률이 높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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