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강예진 기자] “관리단체로 지정되면 법적 다툼 등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하고 있다.”

제28대 대한테니스협회장으로 당선한 주원홍 신임 회장은 25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화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체육회의 관리단체 지정을 두고 강하게 목소리를 냈다.

주 회장은 23일 치른 보궐선거에서 166표 중 79표를 받아 곽용운(51표), 예종석(34표) 후보를 제치고 남은 28대 임기와 29대 회장 4년 임기를 보장받았다. 경기인 출신으로 지도자를 거쳐 2013년부터 4년간 제26대 회장으로 협회를 이끈 주 회장이 8년 만에 수장으로 돌아온 셈이다. 그러나 대한체육회의 ‘선거 중단’ 요구를 거부해 파문이 예상된다. 주 신임회장과 대한체육회의 기싸움이 ‘테니스협회의 관리단체 지정’을 놓고 크게 벌어질 가능성이 잔존한다.

사정은 이렇다. 테니스협회는 2015년 육군사관학교 테니스장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하면서 미디어윌에서 30억원을 빌렸다. 이자를 포함해 현재 46억원가량 채무가 남은 상태다. 채무를 변제하지 못한채 회장 교체가 단행됐고, 배턴을 이어받은 정희균 전 회장이 지난해 9월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주 신임회장이 미디어윌 주원석 회장의 친형이다. 주 회장이 보궐선거에 출마하자 미디어윌은 그가 회장으로 당선해야 46억원 상당의 채무를 탕감하겠다고 약속했다. 협회입장에서는 거액의 빚을 탕감할 기회이므로 ‘선 회장선출 후 채무 탕감’으로 선거를 강행했다. 이게 일차적으로 대한체육회의 심기를 건드렸다.

대한체육회는 고액 채무를 해결하지 못한 테니스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하겠다고 압박했다. 지난달 관리단체 지정 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6월말까지 채무를 탕감하는 공증을 받아 제출하라’는 조건으로 1개월 유예했다. 채무를 탕감한 뒤 회장 선거를 승인하겠다는 메시지. 실제로 체육회는 지난해 10월 예정했던 보궐선거를 막았고, 지난 23일에도 중단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체육회 중단 요청에도 선거를 강행하면, 회원종목단체 규약을 위반한 것이므로 관리단체 지정 사유가 된다는 설명도 첨부했다.

그런데도 협회는 ‘선 선출 후 탕감’ 기조를 밀어붙였고, 주 회장이 당선한 직후인 24일 미디어윌로부터 채무 탕감 공증을 받아 체육회에 제출했다. 김두환 협회정상화위원장은 “관리단체로 지정되면 협회를 정상화하는데 2년 이상 걸린다”며 “협회 자체적으로 선거를 통해 회장을 선출하면 당장 채무 탕감이 되고, 협회도 바로 정상화한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체육회 반대를 무릅쓰고 선거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어쨌든 절차를 명백히 위반했으므로, 체육회로서는 테니스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할 명분이 생겼다.

문제는 체육회가 테니스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하면, 주 회장의 당선인 신분은 무효가 되고, 당연히 채무 탕감 공증도 ‘없던 일’이 된다. 채무 탕감 공증에 ‘대한테니스협회가 대한체육회의 관리단체로 지정되지 않을 경우’라는 조건이 붙었기 때문이다. 협회의 생존과 체육회의 규약이 정면으로 충돌한 셈이다.

때문에 주 회장은 “(협회가) 관리단체가 되면, 대한체육회 인준을 받기 전이므로 당선인 신분도 소멸한다. 협회로서는 관리단체 지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결자해지하는 마음으로 선거에 나왔다. 체육회가 관리단체로 지정하지 않으면, 채권 문제는 해결된다. 체육회와 잘 협의해 갈등을 해소하고, 조속히 협회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채무로 인해 8년간 협회가 파행적으로 운영됐다. 협회 안정화를 통해 재능 있는 선수를 발굴, 투자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또 젊은 층에 테니스가 ‘대세’인 만큼 기업 등에 후원을 끌어내면서 협회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석찬 제주특별자치도 테니스협회장도 “더 이상 외부 압력 없이 협회가 잘 나아갈 수 있도록 체육회가 도와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공은 대한체육회로 넘어갔다. 체육회 결정에 테니스인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kk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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