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대한민국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어’(語)벤저스 7인(금강스님, 김영미, 김성근, 박명수, 설민석, 오은영, 한문철)이 MBC ‘심장을 울려라: 강연자들’(이하 ‘강연자들’)에 모였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각기 다른 해답을 내놓는다는 콘셉트의 색다른 강연 프로그램이다.

한때 강연 프로그램을 풍미했던 인문학을 가미한 인포테인먼트가 아니다. 강연자의 인생철학을 풀어놓으며 인생을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철학적 고뇌에 대한 해답을 주겠단 취지다. 지난 13일 방송된 첫 회 주제는 ‘한계’였다. 김성근 전 프로야구 감독과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한문철이 강연자로 나섰다.

김성근 감독은 JTBC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를 하면서 새벽 2~3시까지 공부를 한다는 말로 운을 뗐다. 그는 ‘한계’에 대해 “한계라는 의식을 가진 게 틀렸다. 생각하니까 한계가 생기는 것”이라며 “일본에서 야구할 때 고2가 돼서야 경기에 나갈 수 있었다. 혼자 내리막길을 뛰고 돌멩이를 던지며 연습했다.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다. 내가 원해서 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김 감독은 각고의 노력 끝에 투수로 데뷔했다. 이후 재일교포학생야구단에 발탁돼 한국 땅을 밟게 된다. 김 감독은 “안 된다고 포기해 본 적이 없다. 요새 젊은 선수를 보면 화가 난다”며 “사람은 생각만 하면 얼마든지 길이 열린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지도자의 길도 평탄치 않았다. 암 수술 3회, 허리 수술 3회나 했다. 시즌 도중에 간 일부분을 절제하는 수술은 마취도 없이 했다. 심정지까지 온 수술 다음 날 곧장 퇴원까지 했다. 김 감독은 “다음날 일어나니 어마어마하게 아팠다. 아픈 게 말할 수 없을 정도”라며 “아픔 속에서 진통제 6알을 먹고 경기에 나섰다. 선수도, 아무도 몰랐다”고 말했다.

아픔이나 통증이란 단어는 김 감독 앞엔 사치였다. 그는 “조금씩 걸어서 관악산을 절반까지 등산했다”라며 “결국 3일 만에 운동장에 똑바로 섰다. 아프다는 말을 절대 앞세우지 않는다”라고 자신을 ‘한계’ 속에 가둬두지 말 것을 주문했다. 이런 집념은 하위권이었던 SK와이번스(현 SSG랜더스)를 3번이나 우승하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혹사 논란’에도 입을 열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한테 돈 벌게 해줘야 한다. 내가 훈련을 안 해주면 갈 데가 없다”라며 “스윙을 1000개 하면 힘이 없어진다. 여기가 갈림길이다. 누군가는 주저앉고, 누군가는 길을 찾는다”라고 말했다. 프로야구 통산 최다 홈런을 친 최정은 이런 혹독한 훈련 끝에 탄생한 보물이다.

두 번째 강연자로 나선 한문철 변호사는 자신만의 입담으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변호사를 개업하고 형사사건을 맡은 사건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 변호사는 “도둑, 소매치기, 조폭 사건을 맡으며 성공보수로 돈은 많이 벌었지만, 회의감이 왔다”며 “군 법무관 시절 ‘교통사고의 법률 지식’이란 책을 썼다. 이후 버스공제조합 고문 변호사가 되면서 이 길에 들어섰다”고 회상했다.

이후 교통사고 피해자 측에 관심을 두게 됐다. 2000년대를 기점으로 6000건이 넘는 교통사고 소송을 맡았다. 2010년 전후로 ‘블랙박스’가 나오면서 화장실에 가서 하루 70개가 넘는 블랙박스 영상을 앉은 자리에서 다 볼 정도로 빠져들었다. SBS ‘블랙박스로 본 세상’(2016)에 이어 유튜브 ‘한문철TV’까지 만들며 ‘한계’ 없는 변호사 인생을 살게 됐다.

한 변호사는 다시 한번 ‘한계’에 도전한다. 그는 “교통사고 사망자는 1년에 2500명이다. 아침에 ‘여보 다녀올게’하고 못 올지도 모른다. 사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며 “제가 유튜브에 미치고, 새로운 영상을 찾을 때 희열을 느꼈다면, 지금은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데 미쳐있다. 저는 사람들이 길을 걷다가 교통사고를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한 변호사가 “전광판 옷(야간에 눈에 잘 띄는의상)을 십만 장 제작해서 폐지 줍는 노인들에게 무료로 보내고 있다. 교통사고로 (한 명도) 죽어선 안 된다”고 말해 관객들로부터 힘찬 박수를 받았다.

대기실에 있던 ‘강연자’들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김영미 PD는 “강연 중에 핫하고 트렌디한 구성이 다 있다”고 칭찬했다. 박명수는 “블랙박스 자료화면 몰입도가 최강”이라고 감탄했다.

이처럼 ‘강연자들’은 하나의 주제에 대해 여러 시각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자신이 걸어온 ‘생애사’를 들려준다는 콘셉트는 새롭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각자 인생사가 다르기 때문에 이들 이야기 자체가 주는 울림이 크기에 모든 이야기가 새롭게 느껴진다.

김성근 감독이 지도해 온 방식도, 한문철 변호사가 변호사로 일해 온 것도 여태껏 공개되지 않은 내용이라 신선함이 컸다. 오는 19일 방송에는 한국사 강사 설민석이 강연자로 나선다. 그동안 논문 표절로 방송에 한동안 나서지 못한 그가 내놓은 ‘한계’에 대해 해답은 무엇일까. 벌써 다음 강연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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