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아시아 쿼터라고 하지만 결국 일본 투수만 바라볼 것 같다.”

대체 외국인 제도가 확정된 순간 신속히 움직였다. 몇몇 구단은 이미 사전 조사를 마쳤다. 일본과 대만을 두루 살폈고 영입 후보 리스트도 작성했다. 그런데 대체 외국인 선수를 넘어 아시아 쿼터가 생기는 모양새다. 만들어둔 리스트가 빛날 수 있다.

아시아 쿼터를 시행하는 목적은 뚜렷하다. 투수 수급이다. 예전에도 지금도 KBO리그는 투수난이다. 선발과 중간을 가리지 않고 투수가 부족하다. 급기야 올해는 타고투저로 급변했다. 필승조는커녕 추격조를 구성하기도 어렵다. 10-0으로 이미 기울어진 경기에서 올라온 투수가 난타를 당한다. 사실상 백기를 든 경기임에도 추격조 투수 두 명이 불펜에서 몸을 푸는 웃지 못할 모습이 반복된다.

시야를 넓혔다. 저비용고효율로 투수를 수급할 수 있다면, 그리고 수급한 투수가 마케팅에도 도움이 된다면 금상첨화다. 대체 외국인 투수 시라카와 케이쇼(23)가 그렇다. 선발 투수로 기복은 있으나 구위에서 경쟁력은 충분하다. 시라카와가 출연하는 구단 공식 소셜미디어 영상은 유독 조회수가 높다.

구단을 운영하는 단장, 현장을 지휘하는 감독 입장에서는 군침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선발로 기용하지 못해도 괜찮다. 매일 불타는 불펜을 진정시켜줄 중간 투수 한 명만 있어도 천군만마다. 그래서 복수의 구단은 이미 시라카와급, 혹은 그 이상의 아시아 투수를 리스트에 넣었다.

문제는 쏠림 현상이다. 수년 전부터 일본 구단과 네트워크를 구축한 A구단 단장은 “같은 아시아라고 해도 일본과 대만의 기량 차이가 크다. 일본 독립 리그와 대만 프로리그를 비교해도 그렇다”며 “일본 독립 리그와 실업야구만 바라봐도 선택지가 넓어진다. 독립 리그의 경우 시라카와처럼 NPB(일본프로야구) 드래프트를 노리는 젊은 투수와 NPB에서 방출됐지만 재진입을 노리는 베테랑 투수가 두루 있다”고 밝혔다.

B구단 단장의 의견도 비슷했다. 그는 “대체 외국인 선수 제도를 준비하기 위해서 일본과 대만에 스카우트를 보냈다. 보고서를 보니 일본 투수를 선택할 수밖에 없더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아시아 쿼터라고 하지만 일본 투수만 바라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일본 투수가 뛰어나다. 일본 야구를 경험한 이들 모두 한목소리로 인정한다. NPB 최고 투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최고 대우를 받는 데에서 드러나듯 일본의 투수 육성과 기량은 빅리그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명칭은 ‘아시아 쿼터’로 지었는데 현실은 ‘일본 투수 쿼터’가 될지도 모른다. 시라카와가 목표대로 NPB 드래프트에서 지명된다면 일본 독립 리그 투수의 한국행 선호도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고민해야 할 지점도 여기에 있다. KBO는 지난주 실행위원회 후 아시아 쿼터를 이사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본 쏠림 현상과 세부 규정 등을 두고 고민이 커졌다. 다음 실행위원회에서 아시아 쿼터 세부 규정을 다시 논의한 후 이사회로 올릴 계획이다. bng7@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