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 카카오가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공동의장 겸 경영쇄신위원장의 구속으로 중대 갈림길에 섰다.

김 위원장이 2006년 카카오의 전신인 스타트업 아이위랩(IWILAB)을 창업한 뒤 문어발식으로 성장해온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와 성장 동력 부족 등으로 창사 후 최대 위기에 몰렸다는 게 IT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지난해 말 설치한 준법·윤리 경영 감시를 위한 외부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는 지난 2월 그룹 컨트롤 타워인 CA협의체 개편 등을 통해 변화를 모색했지만, 김 의장의 구속으로 진행 중인 쇄신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카카오를 둘러싼 다른 사법 리스크들도 만만치 않다.

검찰은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와 이준호 전 투자전략부문장이 2020년 드라마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했는데, 그 과정에서 바람픽쳐스에 시세 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알고리즘을 조작해 가맹 택시인 ‘카카오T 블루’에 승객 호출을 선점하도록 했다는 이른바 ‘콜 몰아주기’와 김 위원장과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이 횡령·배임 등 혐의로 고발된 사건도 수사 대상이다.

이에 위기의식이 커진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비상경영을 선언했고 11월 카카오의 위기 극복을 위한 경영 쇄신위를 출범시킨 뒤 조직 정비에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이런 동력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김 위원장의 구속이 현실화하면서 사법 리스크는 한동안 카카오를 짓누를 공산이 크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와 관련한 재판 결과에 따라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 1대 주주 지위를 내려놔야 할 수도 있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의 사회적 신용 요건은 대주주가 ‘최근 5년간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카카오의 유죄가 확정될 경우 카카오뱅크 보유 지분(27.17%) 가운데 10%만 남기고 나머지를 처분해야 한다.

또 주요 경영진에 대한 수사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카카오가 추진하는 AI 사업과 해외 사업에 불똥이 튈 개연성이 있다.

정신아 대표는 지난 5월 주주 서한을 통해 “카카오는 글로벌 사업 확장과 AI라는 두 축으로 장기 성장 방향성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AI에서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카카오는 올해 안으로 카카오톡 등에서 차별화된 AI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AI의 후발 주자로서 얼마나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에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앞세워 빠르게 커 온 카카오가 성장 한계를 맞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통계에 따르면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는 작년 12월 유튜브에 1위 자리를 내준 이후 2위에 머물고 있다.

◇ 흙수저 출신 벤처 주역 김범수, 최대 시련 맞았다

끊임없는 도전 정신과 뛰어난 사업 수완으로 정보기술(IT) 업계에서 화려한 길을 걸었던 김 위원장은 현재 최대 시련을 맞았다.

김 위원장은 네이버의 이해진 창업자 등과 함께 벤처 1세대를 주도한 이른바 ‘86학번 황금세대’ 중 한명이다. 한게임을 창업했고 카카오톡을 만들어 국민 메신저로 키우는 등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김 위원장은 어린 시절 가족과 단칸방에서 살았을 정도의 이른바 ‘흙수저’ 출신이다. 서울대 산업공학과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삼성SDS에서 근무하다 퇴사한 뒤, 1998년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을 설립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2000년 한게임과 포털업체 네이버컴(현 네이버)이 합병한 뒤 NHN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네이버는 한게임 이용자들을 포털 사이트로 끌어들여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2007년 NHN에서 갑자기 퇴사한 뒤 다시 새로운 모험에 나섰다.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3년의 재충전 시간을 거쳐 2010년 3월 아이폰용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출시하면서 대박을 터트렸다. 미국에서 애플의 스마트폰을 접한 뒤 새로운 모바일 시대가 열릴 것임을 직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당시 재산이 약 15조원으로 한때 한국 최고 부자에 오르기도 했다.

이처럼 김 위원장은 성공한 사업가로서 거침없이 달려왔고 카카오도 IT 업계의 공룡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번에 SM엔터테인먼트 인수와 관련한 시세 조종 혐의로 구속되면서, 김 위원장과 카카오 그룹 쇄신에 우려의 시선이 뒤따른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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