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싱가포르 기반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큐텐 계열사인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4일 큐텐그룹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큐텐그룹 유동성 부족 사태는 계열사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큐텐의 해외판매 대금 정산이 미납되는 일이 발생한 데 이어 이달 초부터 위메프, 최근 티몬까지 정산 지연 사태가 도미노처럼 번지는 양상이다.

◇ 티몬·위메프 판매자 “수십억 물려”…최악의 경우, 부도 사태 이어질 수도

거액의 판매대금을 물린 소상공인 등 중소 판매자들이 자금난으로 줄줄이 도산해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쇄 도산이 현실화하면 은행 등 금융권 역시 피해가 불가피하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 등 큐텐그룹 계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한 6만곳 가운데 상당수는 중소 판매자다. 대부분 자금 사정이 열악해 판매대금 정산이 제때 이뤄져야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곳들이다.

하지만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이 지연되면서 영세 판매자를 중심으로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했다. 상품 매입 자금이 없어 영업을 중단할 위기에 처한 판매자도 생겨나고 있다.

이달 정산받지 못한 대금은 5월 판매분이다. 6∼7월 판매대금 정산도 불확실한 터라 중소 판매자의 자금난은 갈수록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전체 미정산 금액을 추산하기는 어렵지만 일부 판매자는 많게는 수십억 원까지 물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특히 디지털·가전이나 여행 등 거래 금액이 큰 카테고리 영세 판매자 자금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상품 단가가 큰 만큼 여신 거래가 활성화돼 있기 때문이다.

여행업계에선 소형 여행사의 도산 우려가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형 여행사는 판매대금을 정산받지 못하면 바로 자금난으로 이어진다”며 “규모에 따라 다르겠으나 이번 사태로 도산하는 중소형 여행사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이번 사태로 중소 판매자들이 줄도산하면 그 파장은 금융권까지 미칠 수 있다. 현금 사정이 여의찮은 많은 영세 판매자는 선정산 대출로 당장 필요한 자금을 충당한다.

선정산 대출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판매자가 은행에서 판매대금을 먼저 지급받고, 정산일에 은행이 해당 플랫폼에서 대금을 받아 자동 상환하는 방식이다.

이번 사태로 티몬과 위메프의 매출과 거래액이 급감하고 자금 회전력까지 약해져 판매자 정산이 언제 정상화할지 기약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은행들이 티몬과 위메프의 대출 상환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전날부터 두 플랫폼 판매자에 대한 선정산 대출을 중단해 자금줄은 더 막힌 상황이다.

한계에 이른 영세 업자가 줄도산하면 금융권 피해도 현실화할 수 있다.

◇ 류화현 위메프 공동대표 “미정산 대금은 큐텐에서 확보”

류화현 위메프 공동대표는 25일 “소비자 환불자금을 충분히 준비해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며 “티몬과 위메프를 합쳐 판매사에 돌려줘야 할 미정산 대금은 큐텐 차원에서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 대표는 또 ‘판매자 정산대금’과 관련해 “지난주까지 위메프 정산 지연금은 400억원이었는데 현재 티몬과 위메프를 합친 미정산금은 1000억원 정도”라며 “정산 대금은 큐텐 차원에서 확보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음 깊이 사죄드린다.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보상할 거고,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피해자들은 전날 저녁부터 환불을 요구하며 위메프 사무실에 몰려 오전 1시께 류 대표가 200여명에게 사과하고, 현장 환불에 나섰다.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위메프 본사에서는 소비자들을 상대로 환불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위메프는 현재 결제자 이름과 연락처, 예약번호, 상품명, 환불요청 수량, 예금주 이름과 계좌번호를 종이에 적게 한 뒤 순차로 환불금을 입금해주고 있다.

피해자들은 “머지포인트 사태 때도 현장에서 오래 기다려 환불금을 받았다. 입금 확인이 안 되면 집에 갈 수 없다”며 꼬박 밤을 새웠다.

신사동 티몬 본사에도 정산받지 못한 판매자와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 수 십명이 몰려들었지만, 사측이 현장 대응에 나서지는 않았다. 티몬과 위메프 모두 직원들이 재택근무로 전환한 상태다.

티몬 관계자는 “현재도 환불은 계속 진행 중이다. 환불을 요청한 모든 고객에게 환불할 예정”이라며 “현재 판매자 정산도 가능한 한도 안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티몬은 모바일앱과 홈페이지 일대일 톡 상담, 고객센터 등을 통해 환불 신청을 받고 있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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