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프랑스 ‘골드미스’의 민낯…가장 화려하지만, 가장 비참한 인생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인간이 가진 욕망의 끝은 어딜까. 어쩌면 종착점 없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진 본능적인 욕구일 것이다.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는 여자로 태어났지만 남자로 살아야 했던 ‘오스칼’의 스토리다. 그러나 작품 깊숙이 들어가 보면 오스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랑과 이별, 희생과 분노, 절망과 환희가 뒤섞여 있다.

이 중에서도 화려한 귀족의 삶과 혁명에 대한 시민들의 울부짖음이 신분에 따라 ‘자유’라는 이름으로 뒤엉켜 있다.

극 중 가장 욕망을 드러내는 이가 있으니, 그의 이름은 마담 드 폴리냑. 마리앙투아네트의 총애를 받아, 어쩌면 달콤한 유혹으로 왕비를 구워삶아 권력을 손에 쥔 욕망 큰 여성이다. 대사 한 마디 없는 마리앙투아네트는 폴리냑 부인의 꼭두각시처럼 그의 검은 속삭임에 따라 춤추고 손짓만으로 지시한다.

그는 자신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어린 딸을 하녀에게 떠넘기고, 더 높은 지위를 얻기 위해 11살 어린 딸을 공작 가문에 팔아넘기려 한 파렴치한 인물이다. 결국, 그 욕심이 지나쳐 가장 사랑하고 또 지켜야 할 소중한 이들을 모두 잃는다.

하지만 폴리냑의 모습에서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마담 드 폴리냑 역을 맡은 배우 서지영은 25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사람이라면 누구나 욕망, 원하는 것을 가지고 싶어 하는 욕심을 가지고 있다. 폴리냑 부인은 인간의 본능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라며 “모든 인간에게 일침을 가한 것까지는 아니지만, 밑바닥에 깔린 본능을 흔드는 여자”라고 소개했다.

또 한 명의 폴리냑인 배우 리사는 “스토리, 드라마 측면에서 보면 권력을 위해 어떤 것이든 하는 악한 역할이다. 하지만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삶이 안타깝고 안쓰럽다”라며 “이런 부분을 표현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마담 드 폴리냑은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가난한 음악가와 하룻밤 사랑을 나누고 딸 로자리를 출산한다. 그러나 눈을 떴을 때 그의 옆에는 갓 태어난 로자리 뿐. 새로 시작하기 위해 핏덩이 아기를 버리고 출가했으나, 결국 자신의 욕심 탓에 가장 화려했지만 가장 절망적인 삶을 산 비운의 여인이다.

서지영은 폴리냑 부인에 대해 “나름대로 굴곡 있는 삶을 표현한다. 하지만 스스로 노력하며 살아온 여자로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자신을 나쁘게 보기보단 처절한 인생을 살아온 여자로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에서 오스칼, 앙드레만큼 임팩트 있는 인물인 폴리냑. 평생 욕망에 갇혀 자신을 악의 구렁텅이로 빠뜨렸지만, 화려한 생활은 포기 못 했던 그녀. 하지만 내 자신을 돌아보면, 결코 비난만 할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의 여성이다.

오는 10월까지 폴리냑으로 살아갈 서지영은 “욕망을 향해 달려가는 욕심을 세심하게 바라보면 매력이 철철 넘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리지는 “이성준 음악감독님의 말씀대로 폴리냑은 귀족을 표현하는 화려함 그 자체다. 사회적 배경을 보여주는 의상만으로도 쏠쏠한 볼거리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케다 리요코의 만화를 원작으로, 50여 년만의 한국에서 뮤지컬로 재탄생한 ‘베르사유의 장미’는 10월13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매진행렬을 이으며 성황리에 공연 중이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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