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김동영 기자] “추신수 선배님께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KT 고영표(33)가 환상투를 뽐내며 SSG전 승리를 이끌었다. 최근 안 좋은 흐름을 바꿨다. 담담하게 소감을 남겼다. 그리고 SSG ‘추추트레인’ 추신수(42)를 언급했다.

고영표는 25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SSG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6안타 2사구 4삼진 1실점 퀄리티스타트 플러스(QS+) 호투를 펼치며 승리투수가 됐다. KT도 4-2로 이겼다. 올시즌 처음으로 승률 5할을 맞췄다. 동시에 순위도 공동 5위에서 단독 5위가 됐다.

고영표의 호투가 반갑다. 6월25일 문학 SSG전 승리 후 세 경기에서 승리가 없다. 최근 두 경기는 5.2이닝 4실점-5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다. 이날 SSG를 상대로 분위기를 바꿨다.

경기 후 고영표는 “지난 두 경기 부진하면서 생각이 많았다. 감독님이 따로 부르셨다. 조언을 해주셨다.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나이를 먹을수록 자세가 높아진다. 내가 봐도 높아졌다. 자세 낮추고, 눌러서 던지라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높은 존 활용도 말씀하셨다. 낮게만 던지는 게 상책이 아니다. 커브, 속구, 슬라이더 모두 높게 던져서 타자 눈을 흐트러트리라고 했다. 사실 어릴 때부터 낮게 던졌는데 갑자기 높게 던지는 게 쉽지 않다. 오늘은 높은 쪽이 되면서 삼진도 나오고 그랬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우)규민이 형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높은 존을 공략해야 우리가 살 수 있다고 했다. ABS 시대이기에 더 그렇다. 감독님과 형 덕분에 든든하다. 슬럼프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었다. 앞으로 준비 잘하겠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말미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추신수다. “오늘부터 이제 마지막 투어 하신다. 한 말씀 드리고 싶다”고 했다. 추신수는 이날부터 전 구장 사인회를 시작했다.

고영표는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마운드에서 모자 벗고 인사를 드려야 하나 싶은 생각도 했다. 결국 못 했다. 마지막 시즌 승부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고 강조했다.

또한 “추신수 선배님 보면서 꿈을 키웠다. 본보기가 되는 선배님이다. 이제 커리어 마감하신다. 정말 고생하셨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꼭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멋쩍은 듯 웃었다.

메이저리그를 호령한 추신수는 2020시즌 후 SSG와 계약하며 KBO리그로 왔다. 높은 출루율과 홈런 생산력을 앞세워 SSG 타선을 이끌었다. 맏형으로서 후배들도 잘 이끈다. 리그 전체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 선수다.

2023시즌을 마친 후 은퇴를 선언했다. 올해 최저연봉을 받고 뛴다. 그마저도 기부한다. 현역 마지막 시즌 의미 있게 보내고자 한다. 전 구장 사인회를 준비했고, 25일 수원에서 스타트를 끊었다.

다른 팀 선수도 영향받는다. 고영표가 콕 찍어서 추신수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남긴 이유다. 고영표 또한 베테랑 소리 듣는 선수다. 걸맞은 ‘품격’을 보였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 살고 있지만, 선후배의 정도 분명 존재한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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