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LA다저스 재방송 시청률이 KBO리그 5순위보다 높다. 이러다 생중계에 대한 소구력이 낮아질 수도 있다.”

수년 전 얘기다. KBO리그 중계방송사 관계자는 “보편적 시청권을 얘기하는 분이 많은데, 솔직히 지상파가 중계하는 일부 경기를 제외하면 사실상 유료화한 상태다.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면, (자본논리에 의해) 전면 유료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류현진이 선발등판하지 않아도 LA다저스 경기 재방송 시청률이 KBO리그 생중계보다 높을 때도 있다. 모바일 시대는 ‘라이브’의 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뜬구름 같던 OTT 시대 현실로

당시에는 뜬구름 잡는 얘기로 들렸다. ‘그래도 스포츠의 묘미는 생중계’라는 고정관념 탓이다. 그러다 유튜브를 필두로 동영상 플랫폼과 동영상 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급속히 확장했고, 동시에 OTT(Over The Top) 시대가 열렸다.

그 시간이 불과 수년이다. OTT의 강점은 ‘시간의 구애없이 동영상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데 있다. TV 드라마뿐만 아니라 쇼, 예능, 심지어 뉴스도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보면 된다.

스포츠 중계도 마찬가지다. 이미 프로축구(K리그)가 국내 OTT 플랫폼으로 서비스 중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뉴미디어 중계권 우선협상자로 CJ ENM을 선택하면서 KBO리그도 OTT시대를 예고했다.

세부조건에 합의해 계약을 맺으면, 올시즌부터 3년간 뉴미디어 플랫폼은 CJ ENM의 티빙으로 확정된다. KBO리그를 K-콘텐츠처럼 활용하는 시대가 온다는 얘기다.

◇보편적 시청권? 뉴미디어는 원래 유료

CJ ENM이 KBO리그 뉴미디어 중계권 우선 협상자로 선택되자 일각에서 ‘보편적 시청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들에게 안타까운 소식은 티빙과 보편적 시청권은 관계가 없다는 점이다.

KBO측은 “지상파와 스포츠채널에서 하던 중계는 ‘TV 중계권’으로 따로 판매한다. 뉴미디어 중계권과 별개로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3사와 자회사인 스포츠 채널 3사에서 하던 TV 중계는 그대로 한다는 의미다.

방송법에 명시한 보편적 시청권은 ‘국민적 관심을 받는 스포츠 경기 방송권이 무료 방송사에 확보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보편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메가스포츠 이벤트가 이에 해당하는데, 한국 대표팀 경기는 가시청 가구가 90% 이상 확보돼야 하는 단서조항이 있다.

때문에 KBO리그가 지상파 3사와 별도로 중계권 계약을 체결하는 건 광의로 보편적 시청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지상파는 드라마나 예능, 뉴스 등 편성 문제로 KBO리그 중계를 매일 할 수 없으므로 자사 스포츠 채널을 통해 중계한다.

스포츠 채널은 케이블TV나 IPTV 등 별도의 요금을 지불해야하므로, 스포츠 중계의 유료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중계하는 것 역시 인터넷 미가입자는 시청할 수 없으므로 유료 콘텐츠로 보는 게 타당하다.

이 ‘플랫폼’이 OTT로 이전했을 뿐이다.

◇플랫폼 이동 패러다임 변화 초래

플랫폼 이동은 생활 패턴의 변화를 야기한다. 시간 맞춰 TV 중계를 봐야하던 시대에서 언제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면을 돌려보는 쪽으로 중계 패러다임이 변한다는 뜻이다.

스포츠 채널이 제작하던 하이라이트 프로그램도 OTT 플랫폼에서는 엄청나게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

KBO리그는 스포츠 콘텐츠 중 꽤 비중이 높은 종목이다. 실시간 중계에 대한 소구력이 낮아지지는 않겠지만, 2차 3차 저작물로 변주할 수 있다는 점은 뉴스 공급 패러다임의 변화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철저히 ‘개인의 취향’에 맞춰진다는 의미다.

좋아하는 선수만 따라다니는 영상이 만들어질 수도 있고, 가로가 아닌 세로화면으로 야구를 즐길 수도 있다.

물론 중계기술의 진화나 기존 프레임을 깰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지만, ‘비춰주는 것만 보는 시대’와 작별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CJ ENM은 기본적으로 이용자가 중계영상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풀어준다는 방침이다. 야구팬 입장에서는 즐길요소가 무궁무진하게 늘어난다. 미디어 생태계에 직격탄을 끼칠 수도 있는 거대한 파도가 될 수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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