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완성도가 높은 콘텐츠는 어디서든 생존하는 법이다.

매력 있는 콘텐츠는 입소문을 통해 사람들의 호응을 부른다. 대대적인 홍보 없이 비교적 조용히 출발해 채널에서는 그리 높은 시청률을 얻진 못했지만, OTT에서는 뜨거운 관심을 받는 작품이 있다. E채널 ‘한 끗 차이: 사이코멘터리’와 채널A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 웨이브 ‘고백을 못하고’가 대표적이다.

◇일상의 맛있는 심리학 ‘한 끗 차이: 사이코멘터리’

E채널에서 론칭한 ‘한 끗 차이: 사이코멘터리’는 일상의 심리학을 대비되는 두 인물에 대입해 바라보는 프로그램이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를 기획한 최삼호 PD가 만들었다. 홍진경과 장성규, 이찬원에 심리학에 저명한 박지선 교수가 출연한다.

채널 시청률은 비록 0.5%대이지만, OTT에서는 TOP10에 줄곧 들어갈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보인다. 마치 12첩 반상을 먹듯 심리학을 맛있게 그려낸다. 심리학적 키워드를 두고 실패한 인간과 성공한 인간을 분류해서 분석하는 방식인데, 홍진경과 장성규를 앞세운 유머와 박 교수의 인사이트가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룬다.

지난 2월 첫 론칭된 이후 반응이 뜨거워 시즌2까지 제작하게 됐다. 시즌2부터 넷플릭스에 공개된 가운데 7회가 TOP10에 올랐고, 이후 TOP7까지 오르는 등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조서윤 PD는 ““‘꼬꼬무’를 시작으로 범죄예능 장르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강력한 ‘빌트인 시청자’(특정 장르를 유독 좋아해 그 장르와 관련 콘텐츠를 몰아보는 시청자)층을 확보했다. ‘한 끗 차이: 사이코멘터리’는 범죄 장르에서도 가벼운 소재를 가져 사람들의 유입이 더 쉬운 편이다. 유머와 정보가 고루 섞여 있다는 호평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열정과 의지를 가진 학생에게 사사한 특별한 기술 ‘티처스’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이하 ‘티처스’)는 국내 교육열을 다시 재확인시켜줬다. 국내 1타강사가 공부와 성적이 고민인 학생을 직접 찾아가 티칭해 성적을 올려주는 방송이다. 전현무와 한혜진, 장영란과 정승제, 조정식, 미미미누 강사가 출연한다.

지난해 11월 첫 방송한 ‘티처스’는 꾸준한 입소문을 얻고 많은 학부모에게 관심을 받았다. 최근 새 시즌을 맞이하면서 시청률이 1.7%까지 올랐다. 넷플릭스에서도 TOP9에 오르는 등 호재를 이어가고 있다.

열정과 의지는 투철하지만, 최상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입시 교육에서 뛰어난 감각을 가진 스승들의 마이크로 티칭이 엄청난 효과를 보이는 데서 드라마가 탄생한다.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성적이 오르고 공부가 재밌어지는 과정에서 의외의 흥미가 솟구친다.

김승훈 CP는 “입시는 정보력 싸움이기 때문에 성적표를 제대로 보는 방법부터 입시 전략까지 가르쳐줄 미미미누를 섭외했다. 수학과 영어뿐 아니라 다양한 과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 해결 방법을 제시하고자 새로운 선생님들도 투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청량하고 세련된 두 남자의 애정 ‘고백을 못하고’

영화 ‘시민덕희’를 제작한 페이지원필름의 ‘고백을 못하고’는 마니아층이 탄탄한 BL물이다. 다소 거부감이 있는 장르지만, 힐링 드라마의 요소를 갖춰 더 많은 시청자를 유입했다. 웹드라마 ‘우리 연애 시뮬레이션’에서 독창적인 연출력을 선보인 임현희 감독이 도전한 작품이다. 웹드라마인 관계로 특별한 홍보 없이 공개됐지만, OTT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서로 좋아하지만 고백하지 못하는 두 청춘의 이야기를 유쾌하고 아기자기하게 풀어냈다. 단순히 BL장르에서 그치지 않고 주인공의 성장 포인트를 정확하게 짚어내며 휴먼 드라마 장르로 확장을 도모했다. BL 장르에 거부감이 있더라도 어렵지 않게 소화할 수 있다.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김성현, 남시안, 정여준, 안세민, 정유현과 같은 배우들은 안정적이면서도 비타민 같은 에너지를 펼쳐낸다. 비교적 적은 제작비로 만들었음에도 이른바 ‘때깔’이 좋으며, 세련되고 청량한 느낌이 강하다. 늘어지지 않는 전개와 깔끔한 편집 덕분에 속도감이 있다. 아울러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지는 포인트가 많다.

지난 6월 공개된 ‘고백을 못하고’는 웹드라마임에도 왓챠에서 TOP1위에 오르는 등 좋은 콘텐츠의 위엄을 뽐냈다. 아울러 각종 OTT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BL 장르를 즐기는 팬들로부터 화제를 모았다.

연출을 맡은 임현희 감독은 “장르물에 국한되지 않고 결핍이 있는 다양한 캐릭터를 다루는데, 캐릭터 플레이가 로맨틱 코미디처럼 코믹적인 터치가 많다. 이런 면이 기존 BL장르 드라마와 차이점이 있다”며 “청량한 면을 가미하려고 했고, 진부한 면을 어떻게든 피해서 캐릭터 중심으로 그리려고 했다. 캐릭터와 성장담 위주의 전개에 집중했는데, 그런 점을 세련됐다고 봐주시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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